[최자영의 금요칼럼] ‘구휼’을 앞세워 개헌을 뒤로 한 이재명의 독선을 경계한다

이낙연의 개헌론도 민초에게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최미리 | 기사입력 2021/05/25 [18:32]

[최자영의 금요칼럼] ‘구휼’을 앞세워 개헌을 뒤로 한 이재명의 독선을 경계한다

이낙연의 개헌론도 민초에게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최미리 | 입력 : 2021/05/25 [18:32]

 

▲ 경기도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경기도청 제공)



지난 5월 16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광주에서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를 골자로 한 개헌을 공식 제안했고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헌은 꼭 필요하고 빠를수록 좋다며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의 개헌론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답하여,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취직 문제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민생이 가장 중요하다”,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라고 했단다.(뉴스토마토, 2021.5.18.) 그러자 다시 이낙연이 다시 "(개헌론은구휼을 위한 제도화를 헌법에 담자는 것이고그게 바로 민생이자 구휼"이라 반박했다고 한다.(뉴스1, 2021.5.22.)

 

지금은 구휼을 할 때이고 밥을 먹여주는 것이 개헌’‘보다 급선무라고 하는 이재명의 사고방식은 박정희 개발독재를 연상하게 한다지금도 박정희와 그 딸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들은 보리 고개에 굶주리던 이들에게 경제개발을 하여 밥을 먹고살게 해주었으니박정희가 위대한 영도자라고 하는 논리와 유사한 데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딱히 그런 것이 아니다사람이 밥만 먹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사람답게 살아야 하며그 사람다운 길은 발언권을 가지고 제 할 말 하고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한국의 경제가 세계로 도약하는 데 일조했으나거기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이 따랐고비참한 노동 현실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그래서 이재명이 가난한 이를 위해 내거는 구휼 방법 중 하나가 기본소득의 제도화이다어느 정도의 기본소득을 어떤 방법으로 실천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또 이런 구상은 그 자체로서 나쁜 것이 아니다그러나 거기에는 크게 두세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하나는 이런 구상이 유연성을 잃고 경직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빈곤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어느 것이 가장 좋다고 할 것이 아니라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면 되는 것이고딱히 기본소득이 아니라도 더 넓고 풍성한 보편적 복지 등 다른 방법도 있어서여러분의 지혜를 모을 수도 있겠다.

 

또 다른 문제는 다른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소득 제도만 시행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또 기본소득제만 시행해서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제아무리 잘난 이가 대통령이 되어도 거미줄같이 서로 엮여있는 문제들을 혼자서한꺼번에혹은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파생되는 세 번째 문제는 구휼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 같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잘나고 높은 지위의 한 사람이 아니라촛불혁명같이 민초들이 한목소리를 내고하나하나 살아서 생동하는 바이오(bio)’ 같이 거들지 않으면 어렵다그러자면 민초들이 발언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이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

 

전두환 말기에 만들어져 지금 35년까지강산이 세 번 하고도 반이 더 바뀔 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헌법에서는 민중의 입에 자물쇠를 채운 독재의 요소가 질펀하게 깔려있다명색이 주권자인 민중이 개헌발언권조차 없는 이 마당에또 국민의 70%가 원하는 개헌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에서도 뭉개고 있는 판에이재명이 구휼을 앞세워 개헌을 뒷전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그 뜻은 자신의 입장이 확고하니개헌 같은 것 하지 않아도 자신(自信)이 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런 이재명의 입장이 바로 독선이다박정희는 경제개발이었고 이재명은 헐벗은 이를 위한 구휼이라는 목적에서 차이점이 없지 않다그러나 방법상 독선을 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독선은 억압을 동반하지 않는 한실효가 없으며억압을 동반한 정치는 흔히 독재정으로 귀결될 위험성을 가진 것이다바로 그 억압과 강요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구조는 구휼이 아니라 그 반대로 빈곤을 가중하는 틀(프레임)로서 작동한 가능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지금까지 100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가 그 산 증거가 된다한국 식민지배와 독재정이는 그 같은 억압의 권력구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독선적 경향성에 대한 우려는 다른 사안과 맞물려 현실화하고 있는 듯하다현재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대표가 이재명에게 다소간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들 한다그 이해찬은 다소간 권위주의적 명령의 구시대적 망령을 탈피한 것 같지 않다작년 4.15선거를 전후하여 윤미향 관련 소문이 회자되고이어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언급하려 하자당시 당대표였던 이해찬이 함구령을 내렸다는 소문이 회자 되었다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아무튼 그 후 여당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이 문제는 더이상 적극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았고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것 같다집권 여당이 제 식구 감싼다는 비난과 세인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그랬다.

 

또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관대했다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나올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윤석열이 자신의 처가 비리에 관한 수사는 뭉개고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에 대해서는 멸문지화의 표적수사 한 것이라고 세상에 떠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도이재명은 눈감고 귀 막은 듯하다누가 대선 후보로 나오던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윤석열을 위시하여 검찰이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공권력 오용남용 혐의에 대해서 이재명이 간과 혹은 묵과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관련자 혐의의 진위 여부는 일단 수사를 통해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이고그 같은 검증 절차 없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재명은 무시하고 있다.

 

한편개헌 뒷전론의 이재명에 대해 반박하면서 "구휼을 위한 제도화를 헌법에 담자는 것이고그게 바로 민생이자 구휼"이라고 한 이낙연은 개헌의 취지를 두고, "국민 생존권안전권주거권 등을 선언적으로라도 넣어야 하위 정책 추진에 더 탄탄한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YTN '뉴스가 있는 저녁', 2021.5.21.) 이 같은 이낙연의 개헌론에서도 민초에게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민초는 만들어주는 밥상을 받아먹는 존재인 줄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주권자 민초는 스스로의 밥그릇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찾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발언하고 결정할 권리를 갖는 것으로서 개헌은 이루어져야 한다.

 

구휼의 문제는 기본소득으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어떤 잘난 이 한 사람의 초인간적 능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촛불혁명같이 민초들이 하나하나 들고 일어나지 않으면갖은 어거지로 교란하고 훼방을 일삼는 세력을 감당할 수 없겠다그래서 민초들이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나서지 않아도 뜻을 개진할 수 있도록 그 발언권을 제도화하는 것으로부터 개헌은 추진되어야 한다.

                                                    2021.5.28.

최자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문화역사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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